<개정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
토론자 박성혁(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 발제자료
- 정신보건법은 1995년 처음 제정되었고, 그 이후 4차례의 부분 및 전면 개정을 거쳐왔음. 2016년 4월 국회에서 법률 명칭을 포함, 주요의제를 반영하여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전면개정되었고, 2016년 헌재에서는 정신보건법 24조에 대한 불합치 판결이 났음. 이들은 공통적으로 환자의 신체의 자유 제한 최소화, 자기결정권 확대 등 기본권 보장의 이념을 담고 있으며, 또한 이는 국제적 조류이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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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는 전면개정법의 이념과 취지에 적극 동의하는 입장이며, 준법 진료에의 다짐과 더불어 환자의 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안 개정에 환영하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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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정법안의 일부 조항 및 이와 관련한 정책적 시도에서 법의 본래의 취지인 인권 보호 강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상기 사항에 대한 수정 없이 그대로 시행되었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함
1. 보호의무자 입원의 입원 기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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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안 제 43조 2항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과 '자신의 건강 또는 안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을 모두 만족하는 환자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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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해 가능성이 없는 정신질환자가 병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환자를 치료 선상에 둘 방안이 현재로써는 전혀 없음. 예를 들어 피해망상이 있는 만성 조현병 환자가 망상으로 인해 스스로 자신을 사회와 격리하고 대인관계를 전혀 맺지 않으며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 환자 스스로 치료를 받을 의지가 없다면 이 환자에게 정신과적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음. 증상이 더욱 악화되길 기다렸다가 망상으로 인한 자해타해 가능성이 생기고 나서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부조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
- 2017년 1월 31일자 한국일보 기사에 대한 복지부의 해명자료에서, 복지부는 환자의 병적 행동이 ‘본인과 가족에게 정신, 물질적 피해’를 입힌다면 자타해 위험이 있는 것을 간주할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음. 자타해 위험에 대한 이런 모호하고 확대된 해석은,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 받는 환자는 모두 위험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조장하는 또 하나의 중대한 인권 유린임. 그리고 이런 논리는 정신질환자의 정의는 강화시켜 놓고, 자타해 위험의 정의는 완화시키자는 논리로, 개정 정신보건법과 이를 집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임.
2. 2인 진단의사 및 지정병원 선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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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안 제 43조 4항은 2주의 진단입원 중 치료입원으로 전환을 위해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혹은 지정 정신의료기관) 전문의 1인의 교차진단을 요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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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산에 의하면 연간 약 23만건의 진단입원 건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 6일 근무기준으로는 하루 약 740건의 진단업무가 발생하게 됨. 또한 5월 30일 이후에는 기존 비자의 입원 환자 8만여명 중 입원기간이 3개월 이상인 환자에 대해 진단업무가 필요한 상황으로, 이는 막대한 인력과 자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뚜렷이 제시된 바가 없음. 위의 업무량을 고려했을 때, 주 6일을 온전히 진단업무만 전담하는 진단의사가 약 80~100명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나, 그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입장임. 현재 국공립병원 정신과전문의는 140명이나, 이들은 각 병원에서의 진료업무가 있어 이에 더하여 2차 진단업무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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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복지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의료기관을 지정 정신의료기관으로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이는 민간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비자의입원의 공적 모니터링을 다시 민간에게 의뢰하는 모순적인 정책시도이며, 도덕성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 취지에 완전히 역행하는 행위임. 상당기간 준비하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시행한 정신병원 인증평가제도마저 그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되는 상황임. 지정의료기관 선정을 위한 구체적이고 공정한 평가 및 선정기준, 관리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민간 정신의료기관 사이에 발생할 대가성 청탁 및 담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은 또다시 유린당할 가능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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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복지부는 민간 정신의료기관을 동원할 시 발생할 비용적, 법적 문제에 대해 대책으로 진단업무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고, 진단업무시 발생하는 책임에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음. 하지만 봉직의협회는 민간수가 지정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며, 민간수가를 지정할 예산과 자원이 있다면 국,공립병원 의사를 충원하여 제대로 된 법의 시행에 힘써줄 것을 당부함. 또한 민간동원 시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에 대해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지부의 해명은 무책임한 발언이며 실제 사법부가 아닌 보건복지부가 법적 책임에 개입하거나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음
3. 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정신질환자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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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21조 3항은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당해 환자의 주소지의 시,군,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고 명시하였으나 개정법의 39조에서는 이 조항이 삭제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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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군,구청장이 보호의무자로 보호의무자 입원을 한 행려환자들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고, 신원이 분명치 않은 행려환자들은 후견인 지정을 해야만 입원 유지가 가능한 상황임. 행려 환자들은 특히, 장기간의 미치료기간과 증상의 고착으로 인해 심각한 만성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데도, 개정법으로 인해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음. 비단 행려환자 뿐 아니라 치료받을 정도의 정신질환이 있으면서 자타해위험성 마저 있는데도 보호자가 없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자체가 문제가 됨
- 2015년 12월 기준 정신요양시설은 59개소로 13,704병상 중 10,693병상은 이미 입소된 상태이고, 남은 병상은 3,011병상 뿐임. 현상태로 5월 30일 이후 대거 퇴원할 행려 환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바임.
4. 국내 정신의료 수가 체계/시스템의 문제와 치료의 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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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정신의료 수가 체계는 최소한의 치료만 가능한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음. 의사들은 병원 경영진이 요구하는 비용에 맞춰 진료를 봐야 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며, 현실적으로도 수가를 초과하여 진료 행위를 유지할 수도 없음. 정신의료기관의 인력 및 시설 또한 정신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에 맞춰 최소화 되어있음. 이 때문에 현재의 정신의료체계는 수용 위주의 만성병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연쇄적으로 정신질환자의 장기간의 사회격리와 부정적 편견의 증폭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낳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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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만성 정신의료기관 경우, 법정 최소인력의 전문의만 고용하고 있는 상태로 해당 병원의 전문의들은 1인당 약 60명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이로 미루어볼 때 환자 1인당 받는 정신치료 서비스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임. 이 상태에서 전문의들에게 2인 진단업무가 더해진다면, 정작 본 병원 입원환자에 대한 치료의 질 저하 문제는 매우 심각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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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관계는 치료의 효과, 유지, 연속성에 큰 영향을 주는데, 특히 정신과는 다른 어느 과보다 환자-치료자의 관계가 중요시 됨. 단순한 약물치료만이 아니라 환자와 나누는 대화, 감정에의 공감, 새로운 대인관계 경험의 제공 등이 치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 때문에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되도록 많은 시간을 환자와 보내려 노력하고 있음. 이런 정신과의 특성 상, 진단업무에 빼앗기는 시간은 입원환자의 치료의 질에 상당한 저하를 가져올 것임
5. 정신요양시설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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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요양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개정법은 설치의 주체를 사회복지법인/비영리법인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법인/비영리법인으로 확대하였고, 또한 설치 허가 권한을 보건복지부장관에서 소재지 관할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로 이양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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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신요양시설의 입퇴소에 대한 규정 사항, 지도감독이나 관리체계는 정신의료기관보다 더 미흡한 실정임. 이런 점에 대한 보완 없이 설치 허가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부적격한 정신요양시설의 난립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 이로 인해 환자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입소 유지를 강제당하거나,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고 단순히 수용/격리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 이처럼 법안의 개정이 오히려 환자들의 인권과 치료권이 침해당할 여지를 남길 수 있어 이에 우려를 표하는 바임
6. 보호자의 인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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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정신질환 증상을 보이지만 병식과 자타해 가능성이 없는 환자는 치료 선상에 둘 방안이 없고, 환자 관리의 부담은 온전히 보호자에게로 전가됨. 보호자는 환자의 자타해 위험성이 발생할 때까지 정신질환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견뎌야 하며, 자타해 위험성이 동반되었을 때 그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병원으로 후송해야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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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어떤 직역, 어떤 언론에서도 보호자의 인권에 초점을 맞춰 언급한 적이 없었음. 환자의 치료를 위해 보호자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보호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들은, 환자를 보호하고 책임져야하는 보호자들이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으며, 이에 보호자의 인권도 고려한 법조문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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